소개·공지 학술연구지원 네트워킹지원 콘텐츠 교육 뉴스

고객센터

연구 논문

해외 논문 번역 지원

모닝구의 도시민속학, 시마무라 다카노리(島村恭則)

시마무라 다카노리(島村恭則)

번역 : 이민재

1e40c54059d31574c69b3cb654e5c40c_1617601213_8043.jpg
 


「모닝구의 도시민속학」 에 대하여


번역자 : 이민재

 

이 번역은 저자 시마무라 다카노리와 그의 이론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됐다. 저자 시마무라 다카노리는 현재 간세이가쿠인대학[関西学院大学]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민속학자로 최근 버내큘러(vernacular)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민속과 민속학에 대해 기존과 다른 시각에서 정의했다.1) 그의 이러한 시도는 일본만이 아니라 한국·중국 등 동아시아 민속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2) 나 역시 저자의 이론에 먼저 관심을 가졌으며 저자가 제시한 민속·민속학의 정의에 크게 공감했다. 동시에 저자가 제시한 민속학의 시각을 사례연구에 적용하는 것에 대한 궁금함이 생겼고 저자의 여러 사례연구를 읽던 중 「모닝구의 도시민속학」을 접하게 되었다.

 

사실 저자에 대한 관심 이외에 역자의 개인적 경험도 이 연구를 번역하는 중요한 계기였다. 모닝구[モーニング]. 영어 morning의 일본어식 발음으로 일본사회에서는 영어사전에는 없는 ’깃사텐’의 아침 식사 메뉴라는 뜻을 가진다.(이 연구에서는 모닝구를 조금 다르게 정의한다) 나는 이 단어를 2013년 겨울 오사카부 다지리정[田尻町]에서 일본어 연수를 하면서 처음 접했다. 당시 다지리의 현지조사를 위해 동네 사람들과 차나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느라 매일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때 다지리에 있는 오래된 화과자점을 운영하는, 진한 간사이 사투리에 기력 넘치는 할머니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때 할머니는 인터뷰를 평일 오전 동네 역 앞 깃사텐에서 만나서 하자고 제안하셨다.

 

당시 할머니와 나눈 이야기는 정확히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깃사텐 풍경과 거기서 먹은 모닝구 세트는 선명히 기억난다. 많지 않은 테이블의 작은 깃사텐에 익숙한 듯 앉은 할머니에 게 깃사텐의 여사장님은 사이폰을 이용해 추출한 커피와 함께 두꺼운 토스트 한 장 그리고 삶은 달걀을 내오셨다. 그리고 할머니는 내것도 같은 메뉴로 시키셨는데 내 기억이 정확하 다면 그 메뉴의 가격은 500엔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처음 먹은 모닝구였다.

 

그 후에도 몇 번인가 다지리에서 아침에 사람들을 만날 때면 깃사텐에 가서 모닝구 세트를 먹었다. 하지만 이른 아침 왜 사람들이 집이 아닌 깃사텐에 모여 모닝구 세트를 먹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냥 아침 차리기가 귀찮거나 나를 집으로 초대해 이야기 나누기 불편하신가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일본 깃사텐이라면 어디나 모닝구 세트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모닝구의 도시민속학」을 읽으며 당시 나의 생각이 틀렸고 ‘당연하다’ 혹은 ‘사소하다’라고 생각해 지나쳤던 영역이 사실은 다지리 사람들 삶에 중요한 부분일 수 있음 을 깨달았다.

 

이렇게 저자는 「모닝구의 도시민속학」에서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던 모닝구 서비스에 착목 했다. 사소하거나 당연하다고 여겨질지도 모르는 모닝구가 사실 일본 사회의 산업화·도시화 흐름에서 생겨난 습관으로 일본 내에서도 지역·계층에 따라 이 습관의 분포에 차이가 있음을 밝힌다. 특히 깃사텐 측에서 처음 모닝구 세트를 제공할 때 소비층으로 현대 일본사 회의 ‘주류’인 “샐러리맨”을 상정했다. 그러나 실제 모닝구를 하나의 습관으로서 ‘실천’하는 이들은 현대 일본사회의 ‘비주류’인 영세공장의 노동자·보따리 장수·노인·전업주부였다. ‘비주류’인 이들이 모닝구를 통해 하나의 공론장을 형성한다는 이 연구의 주장은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아침 식사를 외식하는 습관과 이 습관이 지니는 공론장으로서 기능이 일본사회를 넘어서 아시아 내 많은 도시에서 존재하는 하나의 문화임을 다른 아시아 도시의 조식(朝食) 습관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처럼 저자는 근대 이후 사회 변화로 새롭게 생겨난 모닝구라는 습관의 지리·계층 간 이동과 이를 영위하는 사람에 따라 습관이 지닌의 기능과 의미가 변화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 연구는 연구방법 측면에서도 흥미롭다. 이 연구는 모닝구라는 하나의 습관을 통시적·공시적 맥락에서 살펴보기 위해 기존 민속학 연구와 다른 연구방법을 취했다. 우선 방문조사 방식으로 서일본 일대와 아시아의 여러 도시에서 현지조사를 진행했다. 문헌조사 역시 연구 보고서·논문·에세이·신문기사를 포함해 연구가 처음 간행된 2000년대 초반에 크게 주목 받지 않았던 인터넷 자료까지 인용했다. 이 같은 연구방법은 많은 민속학 연구가 한 지역을 면밀히 연구하는 경향과 분명 결이 다른 연구방법이다. 역자는 민속학의 현재 연구방법 경향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 연구와 같은 광역조사와 비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관점과 서사(narrative)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번역이지만 번역자로서 이 연구를 민속학은 ‘전통’ 문화만을 연구한다고 생각했던 독자, ‘사소’한 습관이나 행동에 대한 민속학적 접근 방법이 궁금한 독자 그리고 시마무라 다카노리가 주창한 민속학의 사례연구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특히 저자가 이 연구에서 보여주는 논리 도출 방식, 예를 들어 성격·출처가 다른 여러 자료를 어떻게 엮고 이를 다루는가를 유심히 살펴보면 자신의 연구에도 충분히 응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너무 거창할 수 있지만 이 연구를 통해 한국민속학에서도 ‘사소’한 습관이지만 흥미로운 습관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나오기를 바란다.

 

 

1) 시마무라는 민속을 “‘민속’이란 어떠한 사회적 컨텍스트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한 개인으로서 생세계 (生世界)에서 생겨나 영위할 수 있는 경험․지식․표현으로, 특히, 계몽주의적 합리성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는, 혹은 패권주의나 보편주의, 주류적․중심적 사고와는 양립하지 않는 의식․감정․감각을 거기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 혹은 찾아낼 수 있다고 예기되는 것이다”라고 정의 내렸다. 민속학에 대해서는 “민속학이란 <계몽주의적 합리성이나 패권·․보편·주류․중심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위상>과는 다른 차원에서 전개되는 인간 삶을, <계몽주의적 합리성이나 패권․보편․주류․중심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위상>과 <그것들과는 다른 차원> 사이의 관계성도 포함하여 내재적으로 이해함으로써, <계몽주의적 합리성이 나 패권․보편․주류․중심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위상> 측의 기준으로 형성된 지식 체계를 상대화하고, 초극하는 식견을 만들어 내려는 학문이다”으로 정의 내렸다. [참조: 구와야마 다카미․시마무라 다카노 리․스즈키 신이치로 저, 김광식 역, 『문화인류학과 현대민속학』(민속원, 2020), 77~80쪽.]

 

2) 저자의 최근 논의 중 한국어로 번역된 논문은 다음과 같다. 시마무라 다카노리, 「민속학이란 어떤 학 문인가?」, 『실천민속학연구』32, 실천민속학회, 2018; 시마무라 다카노리, 「디오니소스와 버내큘러-민 속학적 시각이란 무엇인가-」, 『실천민속학연구』35, 2020. 단행본으로는 구와야마 다카미·시마무라 다 카노리·스즈키 신이치로, 『문화인류학과 현대민속학』, 서울: 민속원, 2020 등이 있다. 

첨부파일 : 모닝구의 도시민속학, 시마무라 다카노리.pdf

이전글 영국사와의 대화 속에서 생각하는 대만식민지지배, 고마고메 다케시

2023.08.22

다음글 재일조선인 여성으로서 함께해 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 방청자

2023.08.22

목록이동